#1. 훈련병 시절
2001년 3월 15일 논산훈련소 연무대에 입소를 하게 되었던 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너무 낯설었다.
논산훈련소는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아침에 출발했다.
갓 들어온 사복차림의 무리들에게 대대장은 몇가지 연설을 하더니
연대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중 난 한무리에 속하게 되었는데
바로 23연대였다. 주위를 둘러보니애인인가울먹이면서 잘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런 애들이 고무신 100일도 안되 거꾸로신는다니까"라며 위안삼고 있었다.
부모님과 친인들이 모두 나가자 갑자기 조교들은 돌변하기 시작한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을 다하며 겁을 주기 시작한다.
솔직히 무서웠다-_- 조폭도 두려워한다는 곳이 군대가 아닌가...
군복 군번줄 등등.. 보급품을 나누어 주며 간단한 서류작성을 했다.
전공을 쓰는 난에 금속공학교육이 없어서 그냥 화학교육어쩌구를 썼는데
이 작은 선택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_-;;;
1주일간 보충대에 대기하였다
그 기간동안 X을 못싸 미칠 것만 같았다...-_-
(마지막 날에 변을 보긴 봤다.. 아마 산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꺼 같았다..
40분간의 사투끝에 나온 녀석을 보니 변기가 막힐 거 같아 무서웠기도 했고,
왠지 내 자식같아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보급품을 더블빽에 넣어 연대 막사로 이동하였다.
어떤하사 XX가 나보고 똑바로 걸으라며 뒤통수를 후려쳤다-_-;;;
이런XXX,,, 지금 생각해보면 하사는 간부 중에서도 최하급 직급이다. ..
뭐 그때는 암것도 몰랐으니...
드디어 연대막사에 도착했다.. 깜짝 놀랬다-_- 구막사였다..;;;
625동난 때 쓰던 건물 그대로란다.. 나머지 건물은 거의 다 새로 건축되어 샤워실도 있덴다..
샤워실은 커녕 뜨거운 물도 안나오고... 난방은 구석 스팀난방이 전부인-_-;;
쥐가 득실거리고..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금이 쫙쫙가 있는...
사회에서 말하는 흉가였다 -_ㅡ;;;
에휴.. 조상님 묘를 잘못썼나.. 팔자려니해야지...
담당 훈련분대장이 주의사항 및 공지사항을 알려주었다.
아까 그 놈들보다 더 악랄하다;;
지금 기억나는 사람은 두 명인데 한명은 수구선수였고(왕고, 남자답게 잘생겼음),
한명은 유창수란 이병이었다.맘은 좋은 사람인데 훈련규율떔에 어쩔 수 없이
엄하게 대하는 그런 조교였다.
나는 23연대 1대대 5소대 183번을 달았다...
첫주는 별다른 훈련이 없다. 제식훈련만 하면 된다.
주기하는 게 진짜 짜증난다. 주기란 자신의 이름을 모든 보급품에 표시하는 것으로
난생 처음 바느질을 해봤다. 못하면 잠을 안재웠다. 제길 까라면 까야지..
특히 밤에 받던 얼차려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악마의 자식들..-_- ;;
베게가 흥건히 적셔질 정도로.. 얼차려를 받고 나면 잠이 잘왔다;;
얼차려를 안받으면 이상하게 잠이 안올 정도였으니..
뭐 그렇게 1주일은 어영부영 지나갔다.
훈련 2주차..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군생활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고
잼있었다고 자부한다. 다들 동기들이고 생활을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하다보니
힘들지만 서로 웃으며 잘 보낼 수있었다. 훈련 내용은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난다.
확실한건 쉴틈을 안줄 정도로 빡빡했다는 거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건 아침 구보(상쾌), , 훈련장 가는 길 딸기 하우스(미쳐ㅠㅠ),
야간행군 아리랑고개(무슨 고개가 각도가 70도냐),사격훈련(못쏘면 죽어),
각개전투(하루에 한 3개 넘었다), 화생방훈련(말도하기 싫다)이다.
이런건 말로 해야 소용없고 직접 해보면 안다-_-
특히 아리랑고개에서 불러 본 어버이은혜는 눈물이 나게 만들었다..
눈물이 안나면 이상한겨..
발등에 생겨 X고생하게 만든 봉와직염, 기침을 2시간 연속하게 만든 천식...
특이했던 일은 훈련 4주째인가 개그맨 서경석이 논산에 입대한다고 해서
모든 훈련병이 나가서 청소를 했다... 돌줍고 풀뽑고 아스팔트에 광이나게 닦았는데
결국 서경석은 다른 훈련소로 가버렸다-_- ㅆㅂㄹ...
또 한가지는 4월초에 눈이 왔다-_-;;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사이로 날리던 눈발
군대란 이런 곳이다...ㅡㅡ;; 춘하추동 중 춘추가 없다;;;
어느 덧 시간은 흐르고 이제 마지막 주차가 되어
갓 들어온 1주차에게 "나같으면 죽었다"라고 놀릴 수 있는 때가 되었다.
이제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서로 몸을 건들며 관등성명을 외쳐댔다 .. 나도 했다 물론.
모두 다 연락하자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각자의 부대로 뿔뿔이 흩어졌다.
훈련소 시절 중 유일한 사진..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나다...
다들 잘 지내냐.. 보고 싶다 ㅋ
내 전우조였던 홍승석...
불침번 근무 늦게 나와서 얼차려 받게해 준 훈련병 1
목욕탕에서 물 안껐다고 홀딱벗은 채 전체 엎드려 뻗쳐하게 만든 훈련병 2
그리고 훈련받을 때 내 수통 훔쳐가서 물 다먹은 어떤 훈련병-_-;;
다들 뭐하냐... ㅋㅋ